짝
서로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 앉은 두 사람. 분명 둘이지만,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며 경계를 지운다. 병렬적 존재가 아니라, 고요한 병존적 관계를 표현한다. 기댐의 행위는 자칫 위태로울 수 있지만, 이 장면에 담고 싶었던 것은 평온함이다. 말없이 기대고 싶은 날이 있다. 지치고 고된 하루 끝, 아무 말 없이 곁에 머물고 싶은 그런 순간. 나는 그 감정에 잠시 멈추었고, 이 작품은 그 멈춤에서 비롯되었다.
수수한 찻물처럼 감정은 천천히 번져나간다. 따뜻함은 조용히 마음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, 어느새 흔적처럼 자리 잡는다. 그렇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, 우리는 다시 숨을 고른다.
이 그림을 바라보는 이가, 말없이 곁을 내어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. 함께 있다는 사실로 충분해지는 그런 순간을.
2025
한지 위에 차 안료
190mm x
330mm