차를 마시는 동안 말들은 머물고 있다.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은 조용히 마음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. 더는 우러나지 않는 찻잎에서 옅은 보리차 향이, 붓 끝에서는 수수한 색과 차의 기운이 천천히 번져 나온다. 그것은 먼 시간 너머의 꿈이자, 지금 이 순간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이다. 나는 웅크린 아이를 그린다. 그는 무엇을 기다리는가. 그 기다림은 막연함이라기 보다는 고요함에 가깝다. 작고 묵묵한 꿈을 품은 채, 아이는 기도하고 있다. 일상의 모든 순간이 다반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, 나는 기다림의 자세를 그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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