구
‘구’는 작고 부드러운 언덕을 의미한다. ‘악(嶽)’이 웅장한 산과 봉우리를 상징한다면, ‘구’는 그 반대편에 자리한 고요한 연속의 곡선을 품는다. 삶이 때로는 험준한 산을 오르는 여정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, 실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완만한 구릉들이 모여 있는 풍경일지 모른다. 그런 마음으로 이 그림을 시작했다. 그림 속의 아이는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있지만 그 바위는 내게 있어 변함없는 버팀목인 소중한 사람을 상징한다. 그 존재 덕분에 무겁게 다가왔던 삶의 산들은 결국 작고 부드러운 언덕으로 환원된다. 그 작은 언덕 위에서 나는 조용한 위안을 얻는다.
2025
한지 위에 차 안료
240mm x 410mm