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carecrow
나무를 조각하는 행위는 내게 슬픔과 고통, 외로움 그 자체를 깎아내는 일과 같다. 목재를 깎아낼수록 감정의 표면도 함께 벗겨지고, 그 안에 머물던 침묵과 상처들이 차가운 칼바람처럼 흩어진다. 그 바람은 나를 시험하는 동시에 고통을 밀어내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친다. 나는 그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, 바람이 지나가도록 허용하며, 조각처럼 단단하고 묵묵한 자세로 아픔을 순응한다. 이 조각은 고통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고통을 품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.


2025
한지 위에 차 안료
330mm x 240mm
© YEOIK LEE