등을 보여준다는 것은 단순한 자세가 아니라, 말 없이 세상과 거리를 두는 행위이다. 그 뒷모습엔 외면과 단절,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의 현실이 고요히 드리워져 있다. 나는 그 인물의 내면에서 울리는 작은 숨소리마저 조각하고 싶었다.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건 무감각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를 혼자 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. 쓸쓸함은 그렇게 등을 통해 말한다 - 슬픔을 숨긴 채, 그 자리에 머문 채, 조용히 존재하는 방식으로.

2025
한지 위에 차 안료
410mm x 270mm
© YEOIK LEE